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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 베를린 챔버 오케스트라의 선물" 상세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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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베를린 챔버 오케스트라의 선물

  • 작성일2014-03-23
  • 작성자박지혜
  • 조회수4249

클래식 공연을 실제로 많이 접하지는 못했지만 영상으로나마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보면서 각자의 악기로 하나의 작품을 연주하는 단원들의 조화와 그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지휘자의 모습을 보며 매번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베를린 챔버 오케스트라의 내한. 베를린 필하모닉 홀에서의 정기연주, 혁신적인 컨셉과 훌륭한 평판 등의 이야기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베를린 챔버 오케스트라가 베를린 장벽의 붕괴 직후 결성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20여년 전 혼란스러운 독일의 상황 가운데에서도 새 시대를 위해 새 음악을 연주할 사람들을 모았을 어느 독일 지휘자의 모습이 그려지고 그 정신을 바탕으로 20년이 넘게 음악과 함께한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기대되었습니다.

 

객석 가득히 먼 독일로부터 찾아온 오케스트라를 기다리는 관객들 사이에 저도 자리했습니다. 사진으로 먼저 접했음에도 실제로 마주한 악단은 소규모였습니다. 오페레타 <박쥐> 중 서곡으로 시작한 공연은 1부에는 솔로이스트와의 협연을 이어갔습니다. 늘 오케스트라의 한 부분으로만 만났던 클라리넷이 주인공이 되어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주제에 의한 환상곡을 연주할 때는 새삼 관악기를 다루는 연주자의 호흡과 손놀림에 감탄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눈을 감고 온 신경을 작고 섬세한 악기 하나에 집중한 모습은 음악에 대한 인간의 열정과 그 이상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게끔 했습니다.

 

인터미션 이후 본격적인 베를린 챔버 오케스트라의 시간은 차이코스프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작품번호 48이었습니다. 1악장은 가슴을 시큰하게 만드는 듯한 현악기의 스륵거림이 봄을 다 맞이하지 못한 지금의 추위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봄이 찾아오는듯 경쾌하고 밝은 음이 계속되었습니다. 2악장 왈츠에서는 더없이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듯 했구요. 3악장의 엘리지는 조용스레 찾아온 봄날의 비극을 목도하듯 잔잔하게 구슬펐습니다. 드디어 전력을 다한 연주를 마무리 짓는 4악장은 절정을 향해 부단히 돋움질하는 활들이 시선을 압도하고 다시 반복되는 1악장의 선율이 이 변화무쌍한 계절인 봄의 이야기를 끝내겠다는 듯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30여분의 연주가 끝나고 절로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돌아선 지휘자의 환한 웃음은 이어지는 박수에 두 곡의 앵콜곡으로 이어졌고 본곡만큼이나 좋았던 연주가 끝났을 때는 단원들도 밝게 미소지으며 자리를 떴습니다. 비로소 봄이 왔음을 실감한 기분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무엇보다 객석의 관람 매너였습니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은 그것을 하나의 작품으로 보고 연주의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함일텐데 이번 공연에서는 1악장에서 4악장까지 매번 박수 소리가 함께했습니다. 하나의 책을 읽으며 장과 장 사이에 잠시 호흡하듯 그렇게 감상했더라면 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다음 강동아트센터의 오케스트라 시리즈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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